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매헌초의 작은 학예회

자갈 길. 2022. 10. 21. 23:35

2022. 10. 21. 금요일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 금요일까지는 내 손주 세 놈 모두가 다니는 매헌초등학교의 문이 활짝 열린 한 주였다.

2020년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의 광풍으로 인해 입학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초등생이 된 은규가 벌써  3학년이 되어 반년 후면 4학년이 된다. 당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던 세은이는 올부터 초등생이 되었고 그때 4학년이었던 원준이는 이제 6학년 졸업반이다. 그 3년이란 짧은 듯 긴 세월···, 한때는 전 학년의 등교가 전면 금지되기도 했었지만 수시로 학년별 특정 요일 등교 또는 비대면 수업 등이 정상 수업을 대신했다. 하지만 올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에 들어서면서 정상 수업이 이루어지길래 어쩌면 가을 운동회가 열리겠다 싶었는데 전교생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기엔 부담이 많았는지···, 아직은 때가 이른 것인지···, 아니면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는지···. 가을이 깊어지도록 운동회 소식이 들리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이런 내 심정이 하늘에 닿았을까? 몇 주 전쯤 하굣길에 은규가 학급별 작은 발표회를 한다는 통신문을 가지고 왔다. 학부모를 초청한다는 초대장도 있었다. 아쉬움이 덜했다. 아니 초등학교 생활 6년 중 절반 이상을 코로나 탓에 정상수업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추억을 만들지 못했을 우리 원준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겠다 싶어 기뻤다.

 

10월 17일 월요일 첫 수업 시간엔 3학년 3반, 송은규 반이 시청각실에서 발표회

10월 20일 목요일 첫 수업 시간엔 1학년 2반, 정세은 반이  1-1 교실에서 발표회

10월 21일 금요일  5 교시 시간엔  6학년 2반, 정원준 반이 시청각실에서 발표회

 

한 놈의 발표회도 놓칠 수 없는 할아버지는 일정표를 메모장에 한 자 한 자 적으면서

2023년 가을의 파란 하늘에는 만국기가 휘날리고 넓디넓은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달리고 뒹굴면서 즐거워하고, 운동장 가장자리 천막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함성에 양재동이 들썩이는 매헌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열리길 간절히 소원했다.

 

한 집에 살듯 아래 위층 살고 있으니 참 좋다.

하루에 몇 번씩 살갗 부대끼며 사는 손주들의 발표회를 빠짐없이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정원준, 송은규, 정세은 요 세 놈들 못지않게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었다.

 

3년이 넘도록 일반인의 실내 출입이 금지되었던 매헌초등학교

출입이 허용된 날인 만큼 구석구석을 살피며 내 손주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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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은의 1학년 2반 발표회 -

 

여느 할배들도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겠지만

내 눈동자는 세은이만 따라다니고  내 눈에는 우리 세은이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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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은규의 3학년 3반 발표회 -

 

할미도 할비와 똑같았다.

할미의 눈이 은규만을 쫓아다니더니, "우리 은규가 제일 잘한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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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준의 6학년 2반 발표회 -

 

 

우리 원준이가 주인공이다. 

이렇다 배우가 되겠다고 나서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