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어머니의 유산(遺産)

자갈 길. 2021. 7. 31. 13:00

2021. 7. 30. 금요일

운동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대문 앞에 큼직한 스티로폼 박스 하나가 놓여있었다.

박스에 붙어 있는 송장의 수신인 난에 내 집사람 이름이 적혀 있어 우리 집으로 온 게 맞다 싶어 집 안으로 들였다.

그제께는 수시로 대구의 막내 여동생으로부터 복숭아, 토마토, 호박, 고추,  오이, 생닭 등 여남 가지는 될 듯한 먹거리가 담긴 큼직한 택배 상자가 왔었는데 오늘 택배는 대구에 사는 누나가 여러 가지 버섯과 오이, 마늘, 고추, 머윗대 등 족히 대여섯 가지는 넘을 듯 많은 야채로 만든 장아찌였다.

6.7년 전까지는 봄이면 첫물의 상추와 부추, 미나리 등 봄기운을 듬뿍 머금은 갖가지의 야채를 신문지 한 장 한 장 따로따로 싼 후 차곡차곡 담은 택배 상자로 시작해 일 년 내내 앵두, 살구, 보리수, 매실, 애호박, 풋고추, 호박잎, 고구마, 참깨, 들깨, 참기름, 홍시 등 새로운 먹거리가 나올 때마다 엄마가 보내신 택배 상자가 우리 집 대문 앞에 놓여 있곤 했었는데···

 

사업하는 남편을 내조하면서 대구 시내에 살지만 팔공산 기슭의 넓은 농장에서 온갖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는 막내 여동생은 어머나께서 살아생전 하셨던 것처럼 수시로 생오리, 훈제오리, 생닭 그리고 사과와 복숭아, 토마토 등 온갖 과일과 야채는 물론 심지어 된장과 간장까지 보내오고, 대구의 제 집은 아들에게 맡긴 채 외손녀를 돌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서초동 딸네에서 지내는 둘째 여동생은 청계산 자락에 마련한 주말농장에서 나오는 채소뿐 아니라 수시로 내 외손주들 입히라며 옷가지들을 보따리째 보내오고, 누나는 오늘처럼 장아찌 등 먹기만 하면 되는 맛난 반찬을 보내오고 있으니 어머니가 아니 계신 지금은 누나와 여동생들의 택배 상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친자매처럼 사이좋데 지내는 누이들과 집사람의 모습이 고맙고 아름답다.

시누이들과 잘 지내셨던 엄마도 하늘에서 미소 짓겠다.

 

복숭아, 생닭 등 먹거리가 가득했던 막내 여동생의 택배 상자
오이, 고추, 머윗대, 마늘 등 갖가지 야채로 담근 누나의 종합 장아찌
얼마나 맛나고  얼마나 많이 보냈던지··· 두 딸네와 나누어 먹어도 한 해는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얼마나 맛나고, 얼마나 많은지··· 

두 딸네와 나누어 먹어도 일 년은 충분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