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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의 선물

자갈 길. 2020. 8. 9. 01:18

2020. 8. 8. 토요일

아침 일찍 청계산 옛골로 향했다.

지난 7월 25일 서울둘레길 용마산 아차산 코스를 걷고, 다음날인 26일에는 이륙산악회 친구들과 도봉산 우이암에 올랐을 뿐 아니라 이후 8월 첫날까지는 양재천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엔 폭우 때문에 쉬고, 8월 3일부터는 코로나19의 창궐로 지난 2월 하순부터 휴관에 들어갔던 區立 언남문화체육센터 헬스장이 근 6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탓(?)에 이곳에서 주로 근력운동에 집중하느라 30분 정도밖에 걷지 않아서일까? 그것도 러닝머신으로···

며칠째 발바닥이 근질근질했다. 마치 흙냄새를 맡고 싶다며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서울둘레길 마지막 코스를 걸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 폭우를 쏟아내던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으로 내려가 어제 저녁까지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지만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해 어젯밤부터 내주 초까지 서울 등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릴 거라는 TV의 일기예보를 보고는 네이버에서 토요일 날씨를 검색했더니 그곳에서도 0시부터 하루 종일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길래 둘레길 대신 헬스장에 가야 겠다 마음먹곤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살펴본 창밖엔 옅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있었다.

다시 네이버에서 오늘의 날씨를 검색했더니 어젯밤과는 달리 오후 3시부터 비가 내린단다.

갑자기 걷고 싶었다. 오늘은 걸어야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서울둘레길의 광나루수서역은 26km.

9시간 코스인 26km를 오후 3시까지 완주하기엔 무리겠다 싶을 때 번개처럼 떠오른 山.

청계산 이수봉

후딱 다녀와서 헬스장에 갈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배낭을 챙겨 7시쯤 집을 나섰던 것이다.

 

청계산 이수봉 등산로

최근 잦은 비 덕분으로 맨발걷기에 좋을 만큼 촉촉해진 등산로 

 

하지만, 폭우를 예보해서일까? 

주말마다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옛골에서 이수봉 오르는 코스는

'적막'이라는 낱말이 더 어울릴 만큼 인적이 드물었다.

 

각시원추리꽃이 예쁜 모습을 내밀고 있었지만 봐 줄 등산객들이 없었으니··· 

 '각시'는 원추리 종류의 식물 중에서 아담하고 예쁘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꽃말: 선고(?), 아양

 

청계산은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토리나무들은 비바람에 부탁해 시원찮은 도토리를 솎아 낸 후 실한 놈만 골라 살찌우고 있고,

손꼽아 가을을 기다리는 풀벌레는 '찌르르 찌르르∼" 소리 죽여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었다.

 

청계산 둥글레

 

둥글레뿌리

生으로 먹어도 제법 고소한 맛이 있었다.

 

촉촉히 잘 젖은 흙길은 부드러워 맨발로 걷기에 최고지만

최근에 내린 폭우에 흙들이 쓸려 내려가 자갈과 돌멩이만 남은 경사진 등산로

맨발걷기에 불편함과 고통이 없지 않지만 나름 시원함이 있었다.

부드러운 흙길 걷기가 싱싱한 생선회를 된장양념장에 찍어 먹는 맛이라면

자갈길을 맨발로 걸을 때의 짜릿함은 양념장을 살짝 묻힌 생선회에

좁쌀 만큼의 와사비를 얹어 먹는 맛이 아닐까 싶었다.  

 

잦은 비에 모습을 드러낸 아름다운 버섯들의 사진을 찍던 중 내 눈에 띄인 버섯 하나

사진으로만 보고 말로만 들었을 뿐인데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던 버섯, 노루궁뎅이버섯.

버섯에 대해 전문가 수준인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 확인했더니 노루궁뎅이버섯이 맞다고 했다.

그러곤 자연산 노루궁뎅이버섯은 무척 귀해 송이버섯급이라면서 횡재했단다.

운수 대통한 날이라며 복권도 한번 사 보란다.

 

 

 

청계산 계곡물이 얼마나 맑고 깨끗하던지··· 

또 계곡물이 얼마나 시원하고 상쾌하던지··· 

피로가 빠져나간 내 몸 구석구석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