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 여행, 등산...

서울둘레길(9)

자갈 길. 2020. 7. 26. 22:32

2020. 7. 25. 토요일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4번 출구

오래 기다리지 않아 외손자 은규의 친조부모이신 중곡동 사돈부부께서 도착했다.

 

보름 전쯤이었다.

중곡동에 있는 시댁을 다녀온 은규어미가 최근에 시어른들께서 함께 한양도성길을 완주하셨다더라 하더니 말했다.

"아빠, 이번 둘레길은 아차산 쪽이라 하셨죠. 아버님과 어머님이랑 같이 걸으시는 건 어때요?"

며칠 뒤 중곡동 바깥사돈께 전화를 했다.

요즘 내가 걷고 있는 서울둘레길을 이야기한 후 곧 걸을 코스가 사돈댁과 가까운 용마산, 아차산이니 화랑대역에서 만나 함께 걷자고 했다. 반 년 이상을 코로나에 발이 묶여 답답했던지 사돈은 좋아하셨다. 하긴 바깥사돈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완주하고, 안사돈도 지리산을 몇 차례나 종주할 만큼 산과 걷기를 좋아하시는 부부가 아니던가. 또한 몇 해 전 내가 속초에서 부산까지의 동해안 해파랑길을 걸을 때도 마지막 코스였던 기장군청에서 부산역까지 동행해 주셨던 바깥사돈이니 둘레길 걷기를 마다할 리 없으리라 짐작은 했었지만 너무 흔쾌히 오케이였다.

사돈에게는 7.25(토요일) 아니면 8.1(토요일)에 걷자고 했다.

그렇지만 며칠 전부터 시작된 장맛비가 주말까지 계속 된다는 일기예보가 있는데다 일요일(7/26)은 이륙산악회 친구들과의 도봉산 우이암 번개산행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주말의 둘레길은 포기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다음주 토요일(8/1)에나 걸어야 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늦은 밤이었다.

바깥사돈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다면서 토요일에 둘레길을 걷자고 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부랴부랴 준비한 오늘 트레킹.

 

화랑대역 → 묵동천 → 서울의료원 → 신내역 → 양원역 → 중랑캠핑숲 → 용마산 깔딱고개 쉼터  → 용마산 5보루  → 용마산갈림길 → 용마산 4보루(제3헬기장) → 용마산 정상 → 용마산 4보루 → 용마산갈림길 → 아차산 4보루(아차산 정상) → 아차산 3보루 → 아차산 5보루 → 아차산 1보루 → 해맞이광장 → 아차산관리사무소 → 광나루역

화랑대역 4번 출구 부근에서 서울둘레길 2코스 출발 스탬프를 찍는 사돈부부

 

양원역 부근의 아파트 공사현장

서울 곳곳에 이처럼 많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건만 늘 부족하단다.

예전에는 아파트 값이 올라간다면 그저 좋았다. 가만히 앉아 부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아파트 값이 오르면 得보다 失이 많음을···

오히려 과표가 늘어 재산세 등 세금만 많아짐을.

아파트 값이 오를수록 좋을 곳은 딱 한 곳일 듯

자동으로 세금 수입이 많아지는 정부,

 아닐까? 

 

묵동천을 따라 한참 걸어 도착한 중랑캠핑숲

전날까지 많은 비를 쏟아낸 장마철 하늘엔 많은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쏟아낸 비 덕분에 한결 상쾌해진 공기와 눈이 시원해지는 초록은 걷기에 최상의 상태였다.

 

중랑캠프숲의 배밭

 

안사돈께서 준비해 오신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고는··· 

 

망우리공원은1933년 2월 2일자 동아일보 “미아리 공동묘지가 조만간 가득 찰 것에 대비하여 경기도 망우리의 임야 70여 만평을 경성부의 공동묘지로 결정하였다.” 1935년 10월 24일자 동아일보 “이태원의 공동묘지를 택지화하기 위하여 37,000餘基 중 연고자가 있는 묘는 망우리로 이장하고 무연고 묘는 신사리(新寺里)에서 화장하기로 하였다.”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망우리 망우산을 1933년부터 서울시의 공동묘지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40년이 지난 1973년 3월 25일에는 28,500여기의 분묘가 가득차 더 이상의 묘지 쓰는 것이 금지된 이후 현재는 이장과 납골을 장려하면서 2018년 12월 기준 7,425基가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이 시기에 도산 안창호, 고하 송진우, 명창 임방울, 애국지사 조종완, 박찬익, 백대진 등의 묘소도 이장하여 국립묘지와 사립공원 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서울시 중랑구청>

 

그런데,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에 근무한 두 일본인의 묘지도 이곳에 있다는데···

 

연보비들

 

국민강경탑

용마산 깔딱고개 앞의 스탬프부스에서 인증 스탬프를 찍으시는 바깥사돈과 안사돈

 

며칠간 내린 장맛비 덕분에 검단산 등 평소엔 멀게만 보이던 근교의 산들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서울둘레길 중 전망이 가장 뛰어난 코스라는 소문이 결코 虛言이 아님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혼자 다닐 때와는 달리 진수성찬의 점심

 

박목월의 詩, 청노루

박목월 詩人의 아들이신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님으로부터 詩를 배우고 있으니

내게 박목월 시인은 詩祖인 셈, 그래서일까?

다른 詩人들의 詩보다 더 반가웠다.

 

아차산에서 남산 쪽으로 바라 본 서울

 

아차산에서 잠실 쪽으로 바라본 서울

 

혼자 걸을 때는 언감생심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막걸리였는데

∼, 소나무 그늘에서 사돈과 한잔한 막걸리가 얼마나 시원하고 짜릿하던지···

 

어제 내린 비 덕분에 바싹 말라 있기 일쑤인 아차산 계곡에도 졸졸졸

8km쯤 걸었던 맨발의 피로를 씻어내기엔 시원한 계곡물이 최고.

 

아차산성 관리사무소 앞 스탬프 부스에서 2코스 완주 인증 스탬프를 찍는 사돈

 

김밥이 점심이었다면 열무국수는 간식,

김밥이 간식이었다면 열무국수는 점심,

간식이었는지 점심이었는지 모르지만

시원한 게 정말 맛있었다.

 

평소 걸었던 둘레길에 비해 7∼8km쯤 짧은 거리라 좀 부족한 것 같아 한강을 건너고 싶었다.

하지만 내일, 이륙산악회 친구들과 도봉산 우이암 산행이 예정되어 있으니 오늘은 여기서 스톱.

갖가지 사색에 잠겨 혼자 걷는 둘레길도 좋지만, 사돈 부부와 오랜만에 함께 걷는 걸음엔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게다가 원준이와 세은이가 '아차산 할아버지'라 할 만큼 용마산과 아차산은 사돈께서 자주 다니시는 곳이라

중곡동사돈 내외분과 함께 걸은 오늘의 둘레길 코스는 이정표가 필요치 않은 편안함마저 있었다.

근 6시간을 함께하며 많은 세상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공통된 대화거리가 있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은 '사돈지간'을 무척 어려운 사이라고들 하지만 '우리에겐 딴말'일 뿐.

 

'손자 자랑을 할려면 돈을 내고 해야 한다.'는

우스개가 있을 만큼 손자 자랑이 무척 조심스러운 요즘이 아닌가. 

하지만 사돈 부부의 아들과 내 딸이 하나 되어 이룬 가정 그리고 은규.

송은규

사돈 부부에겐 친손자, 우리 부부에겐 외손자.

은규 자랑이나 이야기가 나오면 싫어하긴커녕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한 가지라도

더 나오길 기다리며 시간 가는 줄 몰랐으니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싶었다.

손자 자랑, 손자 이야기를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실컷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한나절 내내 은규네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한 사돈 부부와 나,

 우리 셋 모두의 마음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하나였으니

오늘의 둘레길은 한마음 둘레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