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5)
2020. 5. 30. 토요일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설 작정이었다.
오늘은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 늦추어진 부처님 오신 날, 석탄절 법요식이 있는 날이라 집사람은 서초동에 있는 정토법당으로 가야 하고, 나는 '서울둘레길 7코스'를 걷기로 한 날이라 출발지인 가양역으로 가야 하기에 같이 집을 나서기로 했지만, 나설 준비가 덜 된 집사람을 마냥 기다리기엔 가양역이 너무 멀다 싶어 먼저 집을 나섰다.
지난 4월 30일의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5월 30일로 한 달 연기될 때는 예년처럼 당연히 온 가족이 집사람을 따라가 법회 및 욕불식 등 법요식에 참여할 줄 알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탓에 집사람은 몇 주 전부터 5월 30일의 법요식은 신도 중심으로 하면서 거리두기 등 감염증 예방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행사로 진행하기에 가족들의 참석은 최대한 자제키로 했다면서 날더러 자유시간을 만끽(?)하라고 했으니···
가양역을 빠져나와 도착한 가양대교 남단
공교롭게도 정확히 09시였다.
생긴 모습이 꼭 우체통을 닮은 빨간 부스에서 서울둘레길 7코스 첫 스탬프를 찍고는 가양대교에 올랐다.
쓰레기 매립장을 친환경 생태자연공원으로 바꿔 놓은 지 7년만에 조성된 난지생태습지원 뿐 아니라
하늘공원, 노을공원 등, 얼마나 넓고 볼거리가 많던지 제대로 느끼려면 최소한 한나절은 머물러야 될 것 같아
후일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달리는 말의 등에서 산천을 구경하듯 겉만 핥아야 했다.
메타세콰이어의 꽃말은 '아미타불.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이 있는 오늘에 아주 잘 어울리는 꽃말이다 싶었다.
근 1km는 될 듯한 메타세콰이어길을 걷는 동안 내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완전 소멸을 발원하면서 마음속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암송했다.
'행복한 사랑'이 꽃말인 장미와 꽃말이 '상쾌한 기분'인 금계국의 아주 잘 어울리는 불광천
보이는 꽃마다 꽃말을 찾고, 꽃말의 의미와 느낌을 가슴에 담으며 걷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았으니···
철새에서 완전히 텃새가 된 왜가리, 그런데 우는 소리가 영 곱지 않단다.
그래서 마구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을 옛날 책에서는 '왜가리마냥 소리를 지른다'라고 주로 표현했으며,
으악새라고 불리는 새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 왜가리를 일컫는단다.
우는 소리가 '으악-으악'이란다
증산동의 洞名 유래가 재미있다.
이 지역에 있는 삼각산 지맥의 산봉우리 모양이 시루〔甑〕처럼 생겼기 때문에 甑山이라고 하였는데, 시루 ‘甑’자를
음이 같은 비단 ‘繒’자로 바꾼 데서 유래되었다. 일설에는 한강 물이 범람하여 온 마을에 가득 들어찬 물이 비만 그치면 마치 시루에서 물이 쭉 빠지듯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마을 이름을 ‘시루뫼’라 하였다고도 한다.
본래 증산동은 ‘비단 증’이 아닌 ‘시루 증’자를 사용하였는데, 이곳 사람들이 시루는 밑이 항상 뚫려 있어
재물이 모이지 않고 항상 가난하게 살게 된다 하여, 고종에게 땅 이름을 ‘시루’ 증 대신 ‘비단’ 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쳐달라고 상소하여 갑오개혁 때 ‘비단’ 증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불광천을 벗어나 봉산에 오르기 위해 증산동을 통과하던 중
콧속을 파고드는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분식집에서 새참(?)으로 꿀맛 라면 한 그릇 뚝딱··
수국사(守國寺)는 세조는 큰 아들인 의경세자(懿敬世子)가 1457년 8월, 20세의 나이로 요절하자 덕종으로 추존하고 백성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검소하게 절을 지어 덕종의 넋을 위로할 것을 명하여, 1459년(세조 5)에 그의 능 근처에 정인사(正因寺)를 창건하였다. 이후 사찰을 현재의 장소로 옮겨 짓고 수국사(守國寺)로 개명하여 왕실의 안녕과 수복을 축원하는 원찰(願刹)로서의 기능을 수행케 했다고 한다. 원래 평범한 절이었으나 1992년 재건축 이후
대웅보전 전체를 순도 99.9%의 금박으로 씌워진 황금사찰이 되었는데,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이 있는
오늘도 사찰 한켠에서 改金佛事를 받고 있었으니 또다시 황금이 필요한 모양이다.
백성을 걱정한 창건時의 정신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게 있는데
자비롭고 검소하신 부처님께서 과연 황금사찰 대웅전을 좋아하실까?
대웅전 건물의 곳곳에서 금박이 벗겨지고 있던데 다시 금박을 입힐까?
요즘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던데···
빗자루로 만들어지기도 했었지만 회초리로도 딱이었던 싸리나무
싸리비 노래
봄에는 싸리비 꽃잎을 쓸고
여름엔 싸리비 빗물을 쓸고
가을엔 싸리비 낙엽을 쓸고
겨울엔 싸리비 흰눈을 쓴다.
이' 매미소리'는
오늘 산행하면서 읽었던 많은 詩들 중
마음을 가장 편안케하고 온 얼굴엔 미소를 번지게 했으니···
나도 한번쯤 이런 詩를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라면 먹은 시간과 김밥 먹은 시간에 휴식까지
1시간 정도의 쉼을 포함해 7시간 동안 근 20km를 걸었던 오늘.
'가양역→상암동 월드컵축구장→불광천→봉산→앵봉산→구파발역'
오늘 7코스의 서울둘레길 덕분에 있는 것조차 몰랐던 봉산과 앵봉산을 만났다.
기껏해야 209m, 235m밖에 되지 않는 해발이지만 높이에 어울리지 않게 깊은데다
곳곳에 제법 가파른 계단들이 있어 쉽게 달려들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일 성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길에서는 터널을 이룰 만치 무성히 자란 단풍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환상의 가을을 예약하는 듯하고.
게다가 발걸음이 조금씩 무거워진다 싶을 때마다 걸음을
가볍게 하는 詩를 만나 詩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걷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았으니
詩공부 다녀온 기분이었다.
조금은 멀리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