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 여행, 등산...

이륙산악회의 기지개

자갈 길. 2020. 5. 11. 10:38



2020. 5. 10. 일요일

"삐비비빙삐비비빙∼"

버스를 타고 선바위역으로 가는 중인데 갑자기 배낭에 매달린 핸드폰 주머니 속의 내 폰이 울렸다.

누군가 싶어 얼른 열자 들려오는 소리.

"여보, 마스크를 식탁에 두고 가시면 어떻게 해요. 편의점에서라도 사서 꼭 쓰고 다니세요."

집사람의 목소리엔 걱정뿐 아니라 화도 살짝 묻은 듯했다.

그렇잖아도 버스에 오르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으나 없길래 대신 등산용 멀티 스카프로 입을 막으면서 '이상하다, 분명히 잘 챙겼는데…' 했었는데 잘 챙긴 줄 알았던 마스크를 식탁 위에 두고 나왔던 것이다.

3개월이 넘도록 우리 일상을 확 바꿔버린 코로나-19가 상당히 진정된 덕분에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다소 완화되었다. 그러면서 입학과 신학기 개학을 온라인으로 해야 했던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일정이 확정되고, 그동안 올스톱이었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시즌 개막, 우리 소시민들의 모임 재개 등 조금씩 돌아오는 일상을 다들 반기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이태원에 있는 대형 클럽과 관련된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뿐 아니라 제주도 등 전국에서 속출함에 따라 각종 매스컴들이 지역내 감염의 확산을 우려하는 뉴스를 쏟아내자 집사람도 걱정이 커진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전염병 예방에 덜 신경 쓰는 내가 승객들이 적지 않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오고 가고, 그리고 하산 후엔 사람들이 많을 식당에서 식사까지 할 텐데도 마스크조차 챙기지 않고 나갔다 생각하면 화 날 만도 하겠다 싶었다. 매일같이 많은 시간을 외손주들과 뒹구는 내가 감염증에 걸린다면 세 손주들에 전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에 집사람의 걱정은 당연하다 싶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편의점으로 달려가 마스크를 샀다.

'불안'

정말 그럴 만했다.

빈 자리는 하나도 없고, 서 있는 사람 적잖은 지하철. 

그 많은 승객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하철 안에서 사당역에서 먼저 탄 친구 둘을 만나 함께 도착한 과천청사역 10번 출구.

몇 달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몇 달 만에 맛보는 영문표 커피의 달콤함…


10시 정각

과천청사역을 출발하면서 시작된 이륙산악회의 5월 정기 산행

과천 향교 → 연주암 → 연주대 → 서울공대


과천청사역사의 관악산 등산로 안내 모형물을 보며

오늘 등산로를 쫒아보는 김귀동 친구와 박대승 친구


영문표 커피를 마시며 몇 달 만의 반가움을 나누는 친구들

 

관악산 연주대 이야기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은 동생 충녕대군(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관악산에 머무르기로 합니다. 

하지만 한양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두 왕자는 늘 관악산에서 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를 본 사람들은 그 때부터 관악산 꼭대기를, 군주를 그린다는 의미의

연주대(戀主臺)로 고쳐 불렀습니다.


과천 향교 


과천 향교 옆 공터에서 이종성 친구의 구령에 맞춰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푸는 친구들


출발에 앞서 과천 향교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륙산악회 출전 멤버들

최동효, 이풍규, 계종걸, 김귀동, 이석도

이홍희, 이종성, 김영문, 박대승


전전날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내린 비가 늘 하늘을 뿌옇게 도배하는 미세먼지와

해마다 이맘 때면 산길을 노랗게 물들이는 송홧가루를 말끔이 걷어낸 관악산

졸졸졸 계곡물 흐르는 소리는 음악을 부럽지 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공기청정기에서 나오는 공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맑고 싱싱한 공기는 또 얼마나 달고 상큼하던지


본격적인 등산에 앞두고 친구들이 겉옷을 벗는 등 채비를 하는 동안 

온몸으로 관악산 정기를 느끼고 싶은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새벽까지 내린 비에 알맞게 촉촉해진 산길은 걷기에 더없이 좋았지만  

좀 올라서는다 적당한 곳에서 선 채로 간식을 나누고…


연주암 대웅전 앞에서



자욱한 안개 속의 연주암엔 또다른 신령스러움이 …

 


연주대를 향하여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된 덕분인지 관악산엔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관악산의 풍수

관악산은 서울 경북궁의 조산(祖山) () 또는 외안산(外案山)이 되는데 산봉우리의 모양이 불과 같아 풍수적으로 화산(火山)이 됩니다. 따라서 이 산이 바라보는 서울에 화재가 잘 난다고 믿어 그 불을 누른다는 상징적 의미로 산꼭대기에 못을 파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옆 양쪽에 불을 막는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선 태조는 화환(火患)을 막기 위해 무학대사의 말에 따라 이 산에 연주, 원각 두 사찰을 세웠다고 하고, 서울의 숭례문을경복궁 정문인 광화문과 관악산을 잇는 일직선상에 위치하게 해서 관악산이 덜 보이게 한 것은 불기운을 막기 위한 풍수적 의미라고도 합니다. 관악산의 한 봉우리인 호암산 능선에는 통일신라 때 판 것으로 추측되는 산상 우물(한 우물)도 있는데, 이것도 관악산의 불기운을 누리기 위한 것으로 잠작됩니다. -관악구-


관악산 중턱 한 곳엔 많은 등산객들의 소망이 이처럼 작은 돌탑이 되어 있었다.


저 수많은 돌탑들은 어떤 소원들을 안고 있을까?


돌탑만 보이면 한 점의 돌이라도 올리곤 하는 홍희 친구가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듯이 …


석달 만의 하산주


3개월 간의 숙성이 맛을 더했을까?

노릇노릇 익은 삼겹살 한 점

찰랑찰랑 넘칠 듯 우정 닮은 한 잔의 소맥

얼마나 고소하고 달콤하던지…


한없이 들어갈 것 같아 우리는 서둘러 끝내야 했는데

일주일쯤 후면 건강하고 잘 생긴 아기의 외할아버지가 된다는 영문 친구가 

미리 축하주를 한 턱 낸다며 우리들을 호프로 안내했다.


3개월 만의 이륙산악회 산행

그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10km 이상씩을 걸었던 덕분인지

가파른 관악산의 길이 평지처럼 수월해 6km의 산행이 좀 아쉽긴 했다.

하지만 오랙 묵은 친구들과의 즐겁고 행복했던 관악산 산행은

평소 혼자 걷기를 좋하하는 내겐 별미(別味)였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로

요런 까지 한 수 챙겼으니

오늘도 행복 만땅 Day…


 

 

庚子年의 관악산

 

                          돌담/이석도 

      

인테리어가 싹 바뀌었다.

 

허허롭기만 하던 裸木 가지엔

갖가지 연초록빛 나뭇잎을 붙이고

더러 예쁜 生花를 달기도 했다.

 

간밤엔 물까지 뿌렸나 보다.

 

물길과 바위들만 보였을 뿐

바싹 말라 있던 계곡에서는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앙증맞은 폭포도 있다.

 

공기청정기도 한 대 장만한 모양이다.

 

눈앞 뿌옇던 연주대

간곳없이 사라진 미세먼지

관악산은 싱싱하고 달다.

 

코로나19가 만든

사회적 거리두기 3개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자


그 사이 새 단장한 5월 관악산

 

신장개업 잔치 열어

먼지 뽀얗게 내려앉은

지친 등산화들을 부른다.

 

(2020.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