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詩 놀이터
[詩] 호박잎
자갈 길.
2019. 10. 6. 09:44
호박잎
돌담/이석도
시장 다녀온 아내가
이것만 보면 아버님이 생각난다면서
초록 호박잎 묶음을 꺼낸다.
오일장에 가셨던 아버지가
싱싱한 갈치를 들고 오시는 날이면
곧장 뒤꼍으로 나간 엄마는
돌담이 무겁도록 이고 있는 호박잎 따다
몇 잎으론 갈치 은비늘을 닦아내고
나머지는 밥솥에 넣어 찌셨지.
아버지는 숯불에서 노릇노릇
잘 구운 갈치는 오남매에게 다 나눠주고
당신은 호박잎쌈만 잡수셨지.
여름철 내내
부드럽게 쪄진 호박잎 밥상 받으시면 늘
다른 반찬 필요 없다시던 우리 아버지
어느덧 이젠 내가,
늦가을까지 호박잎을 찾는다.
(2019.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