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외손자들과의 영화관람.

자갈 길. 2019. 9. 3. 12:31

2019. 8. 29. 목요일


은규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하원차에서 내리는 은규를 낚아채듯 데리고

집으로 가서는 우유 한 잔만을 마시게 한 뒤 원준이와 은규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목요일이라 자유수영의 날

선생님으로부터 아무런 간섭 없이 유아풀의 얕은 물에서

물놀이만 실컷하는 게 그렇게 재미난지 언남문화체육센터에서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같은 시간대에 수영을 배우는 원준이와 은규가 한 달 내내 기다리는 날이다.

유아 수영반인 은규야 그렇다치더라도 상급 수영반이라 깊은 물에서 수영을 잘 하는 원준이가

얕은 물에서 동생이랑 노는 걸 좋아하는 게 처음엔 쉬이 이해 되지 않았지만

가끔 주말에 내가 함께 수영장에서 놀아보니 이해가 되었다.

어린아이가 된 재미는 생각보다 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오늘 못하는 자유수영은 나랑 일요일에 같이하기로 약속한 후

원준이와 은규를 데리고 버스를 탔다가 지하철로 환승해 도착한 대청역 부근 SH공사.

은규의 엄마가 양재맘카페를 통해 알았다며 SH공사에서 매월 마지막 목요일에 무료영화를 상영한단다.

8월의 마지막 목요일인 오늘도 SH공사 강당에서 오후 6시 30분에 영화를 상영한다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만화영화로 제목이 '라이언 킹'이란다.

은규는 몇 번이나 봤지만 또 보고 싶어한다면서…

지하철 안에서 원준이와 은규는 주인공과 줄거리를 줄줄줄 이야기하길래

물었더니 원준이도 몇 번이나 봤다면서 지금은 3편인가 4편까지 있단다.

일찍 도착해 1시간이나 남았으니 저녁식사부터…

그런데

평소보다 이른 저녁식사라 그런지

원준이와 은규는 배가 고프지 않다면서

좋아하는 고깃집도 No, 좋아하는 낙지집도 No.

그때 내눈에 들어온 간판 하나.

'베트남 쌀국수'

"은규야 쌀국수 어떄?"

그러자 은규는 엄지와 검지를 붙여 손가락으로 OK를 만들어 보이며

"오케이"

"원준아, 원준이도 베트남 쌀국수 좋아?"

원준이도 손가락으로 OK를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옛솔, 칫솔, 마데카솔"


배 안고프다는 놈들이 얼마나 잘 먹던지

너무 많다 싶었던 안심양지쌀국수와 팟타이랑 에그볼을

우리 원준이와 은규는 게 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는데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시간 맞추어 들어선 SH공사 강당

영화는 시작되고…

··················

다시 3호선과 신분당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온 오늘의 행복

양손에 사랑하는 외손자들의 손을 잡은 채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하며 다니는 재미는

 지금의 내 나이와 건강이 아니고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행복일 터.

요놈들이 손을 내줄 때 실컷 잡고 다니리라 마음먹었다.





SH공사 강당에서 한 폼 잡는 정원준과 송은규


영화 관람자가 30여명쯤은 되었을까?

텅텅 빈 SH공사 강당이지만 영화를 보기에는 안락하고 분위기는 좋았다.

···················

마침내 영화는 시작되고

몇 번은 우리 은규가 무섭다며 내 무릎에 안겨 내 목을 꼭 껴안았다.

그래서 나는 무서운 장면이 몇 번 더 나오길 바랬지만